우리나라 만화 역사의 간략 소개

요즘 저작권 문제로 몇몇 블로그 글을 읽다가 우리나라 만화 역사에 대해 깜깜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답답해서 글 좀 적어야 겠다.

1990년 초 까지 우리나라 만화는 공장형 만화를 중심으로 한 대본소 중심이었다. 만화는 사 보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대본소에 가서 봐야하는 출판물이었던 시절이다.

이 때는 대본소 가는 것 자체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죄악시 되던 시절인데 대본소에 들락날락하면 이른 바 불량 청소년이 되던 시절이다. 이런 공장형 만화가 다 쓰레기 인 것은 아닌데 바로 이 시절에 탄생한 걸작 만화가 이현세의 "외인구단", 허영만의 "무당거미" 였다.

1980대 후반에 드래곤 볼이 해적 출판사에 의해서 서점에 나왔고 그와 동시에 일본 애니를 컬러판 스틸 컷으로 요약한  불법 복제물도 출판 되었는데 이런 책들을 통해 "마징가", "그랜다이저", "은하철도 999"가 한국 애니가 아닌 일본 애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해적 출판된 "드래곤 볼"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후 서울문화사가 세워지고 한국 최초의 주간지 "아이큐점프"가 창간된다. 서울문화사는 "드래곤 볼"의 판권을 사들여 정식으로 연재를 했다. "아이큐점프"는 그 명칭부터가 일본 집영사의 "소년점프"를 따온 것이고 그 주간지의 인기 또한 "드래곤 볼"(드래곤 볼은 집영사에서 연재한 만화이다)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소년점프"가 인기를 끌자 대원은 "소년챔프"를 창간한다. "아이큐점프"와 동일한 시스템을 채택하는데 대원이 내세운 판매 첨병은 "3x3 아이즈" 였다. "3x3아이즈"는 사실 후발 주자 대원을 이끌기 부족한 작품으로 판명 되었고 이후 대원은 바로 그 유명한 "슬램덩크"로 "3x3 아이즈"의 자리를 대체 시키며 우리나라 주간지의 양대 산맥으로 부상했었다.

이 시기에 유명 공장 작가들도 주간지에 합류하게 되는데 고행석, 이현세, 허영만, 박인권, 황성 등 당시 대본소를 주름 잡던 거물급 만화가들이 다 참가 했었다.  이들을 통해 탄생한 초기 걸작이 이현세의 "아마게돈", 허영만의 "망치" 였고 이 두 작품은 당시 어린 소년들에게 일본 만화 만이 최고가 아니라 우리에게 이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희망을 줬었다.

이 주간지들은 대다수 한국만화에 일본 만화 한 두편을 엮는 식으로 주간지를 구성했는데 대본소 중심이었던 우리 만화계 특성상 작가 부족에 시달렸었다. 일본 만화로 모든 지면을 덮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이들 출판사들은 상당한 상금을 걸고 신인 만화가 공모전을 시행했었다. 이렇게 등단했던 작가가 "검정고무신"을 남긴 이우영,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저녁"을 남긴 이명진 등이다.

"열혈강호"를 만든 양재현은 최초 AAW(?) 동호회 출신으로 등단했는데 초기 작화에 비해 스토리 구성이 부족해서 몇 번의 좌절을 겪다 전극진과 "열혈강호"를 만들어 내면서 일약 스타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주간지들은 일본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고 주간지 만화를 묶어 단행본을 내는 시스템 또한 도입 했었다. 서점에서 팔리는 책이라는 개념의 만화가 이렇게 탄생했던 것이다.

만화가 대본소를 벗어나 서점으로 나오면서 << 만화를 보는 청소년 = 불량 청소년 >>의 개념을 벗어 날 수 있었고 공모전이 열리면서 청소년들에게 만화가의 꿈을 심어 줬었다. 만화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면서 대학에서도 만화 학과가 생겨난 계기가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주간지 역사는 시작부터 일본 만화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즉 최초 구매력은 일본 만화였다는 말이다. 20페이지 남짓 되는 연재 분량이 얼마나 큰 구매력을 발생 시켰는지 아마 2000년 대 이후에 만화를 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나머지 100페이지 200페이지가 다 쓰레기라도 그 단 20페이지 때문에 주간지를 구매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후에 우후죽순으로 일본 만화 단행본이 출간 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일본 만화 부록이 그전과 같은 힘을 발휘 못한 면도 있고 "슬램덩크"나 "드래곤 볼" 같은 파괴력 있는 만화가 나오지 못한 점도 있고 어째든 2000년대 이후에 주간지들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2000년대 이후에 만화에 큰 관심이 없어서 정확히 어떻게 쇠락 했는지 정확히 기술하지는 못 하겠다. 어째든 앞에서 말했 듯이 만화 중흥기에 생산된 작가, 지망생들이 갈 곳을 잃게 되는데 기존 작가들은 직접 단행본 시장으로 지망생들은 웹툰으로 눈을 돌리기게 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단행본 시장은 불법 복제물이 판을 치면서 대본소, 대여점등이 설곳을 잃었고 서점 판매량 만으로는 자생력을 갖지 못하면서 중간에 출판을 중단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신 블로그 중심의 웹툰은 대형 포탈에 정착하면서 새롭게 역사를 열어가고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말했 듯이 개인적으로 일본 문화에 호감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 만화가 무분별하게 불법 번역되어 유포되는 것은 단순히 일본 출판사에게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요 수익을 일본 만화 수입을 통해 벌어들이는 대원, 학산, 서울문화사에게로 간접적인 타격이 된다. 자본의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수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어 우리나라 만화에 재투자 할 수 있는 자본이 줄고 그로 인해 새로운 작가 발굴에 소극적이고 되고 원고료 삭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원고료 삭감과 신진 작가에 대한 투자 부족은 다시 작품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독자들은 더욱 외면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강력한 저작권 단속을 찬성한다.

서브컬쳐라는 말을 사용해 자기 위안을 삼을려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일본 만화는 우리나라에서 절대 비주류 문화가 아니다. 일본 문화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가 바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다. 개방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 주류 문화였고 개방 이후에는 만화, 애니메이션 둘 다 주류 문화가 되었다. 번역본을 올렸는 데 히트 수가 2천이 넘어가면 그건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다. 미국 그래픽 노블을 수입하여 출판하는 세미콜론 관계자는 5천권만 팔린다면 어떤 책이든 정발 할 수 있다고 했었다. 우리나라 출판계가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히트 수 천이라는 숫자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말이다. 바로 저 천명에 의해 손익분기점이 나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그만큼 작은 시장이란 말이다.

현재 시스템에 분명 모순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불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직접 구매자가 되어 소비하면서 요구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불법으로 욕구를 해소하면서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다면 그것이 정당한 요구인가? 결국 악순환만 이어질 뿐이다. 또한 역식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진정 자신이 번역하여 식자하는 작품을 사랑하는 것인가? 진정 아낀다면 보호해야한다. 무분별한 번역과 식자는 결국 자신의 욕심 챙기기이지 그 작품을 아끼는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작품을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돈을 내고 구매해라.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양질의 문화를 소비하고 싶으면 구매해 주어야 한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의 모이는 곳에 가능성이 생긴다.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PS) 기억에 의존해 글을 적기는 했는데 너무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 가물하네요. 부정확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뭐 열심히 적긴 했는데 별 내용도 아닌 것 같군요 ㅎ


by 우슬 | 2011/12/21 10:07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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