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 윤인완의 웨스트우드 비브라토

격정적인 클라이맥스는 없다. 하지만 배경이 되는 남아공의 풍경만큼이나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만화다. 요즘 보기 어려운 만화다. 일본 만화나 우리나라 만화나 소소한 일화로 풀어나가는 만화는 드물다. 질주하는 이야기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만화도 나름의 재미를 준다. 그러나 그런 얘기들에 질린 사람들도 있다. 소소한 일상의 풋풋한 얘기를 찾는 사람도 있다. 웨스트우드 비브라토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만화이다.

"신암행어사"의 원작자인 윤인완이 원작을 맡은 만화라서 읽기 시작했었다. 윤인완은 "신 암행어사"에서도 소소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능력을 보여 준 바가 있다. 물론 이 만화도 뒤에 가서는 열심히 질주하는 이야기로 바뀌었지만, 작품의 최종 결론에 이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해하고 싶다.

"웨스트우드 비브라토"는 악기 수리공 코넬리아 보보 워셔의 이야기와 그 악기 수리공에게 수리를 맡기러 오는 고객들의 속사정을 차분한 구성으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매 에피소드마다 그들의 이야기와 잘 조화되는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과 이야기의 만남은 언제나 들어도 흥미롭다. 특히 그 곡이 난해한 곡이라면 더없이 좋은 곡 소개가 될 수 있다. "카핑 베토벤(2007)" 이 없었다면 나는 베토벤의 "대푸가"를 관심 있게 들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카핑 베토벤"의 영화 도입부에는 베토벤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제자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가 마차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장면을 배경으로 "대푸가"의 격정적인 선율이 흐른다. 마차의 흔들림과 "대푸가"의 불협화음이 내는 불길한 분위기는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였다. 또한 "대푸가"를 다른 관점에서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웨스트우드 비부라토"는 매체의 한계 때문에 영화만큼 음악을 극적이게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등장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음악을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대인 학살전에 전주곡처럼 나팔을 불어대는 나팔수와 수용소에 감금된 유대인 소년 사이의 일화는 원작 오페라 '나부코' 속만큼이나 노래와 잘 어울린다.

가거라, 내 상념이여,
금빛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가거라,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향기에 찬 우리의 조국의
비탈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요르단의 큰 강둑과 시온의
무너진 탑들에 참배를 하라...
오, 너무나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오, 절망에 찬 소중한 추억이여!

에피소드 마지막에 지문으로 올라가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의 가사는 소년과 나팔수 사이의 일화와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긴다.

작화를 맡은 김선희씨의 작품도 꽤 흥미롭다. 섬세한 펜 터치와 공을 들인 채색은 작품의 품격을 한층 높여 준다. 많은 손길이 필요한 작품이라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대원씨아이, 일본의 소학관 그리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및 (유) 크릭엔리버스토리까지 다양한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어디까지 기획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꼭 영상화되어 만화에서 다 전달하지 못한 아름다운 음악의 감동을 꼭 전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301382&weekday=tue

by 우슬 | 2012/03/23 21:0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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